목양수필 / 부서진 뒤축

지난달 셋째 주일, 그러니까 19일로 기억됩니다. 교회 갈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는데 양 발 모두 발목이 자꾸만 바깥쪽으로 꺾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뒤축이 많이 닳아서 그런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차에 올랐습니다. 교회에 도착해서 예배를 인도하고 강단에서 내려와 신발을 신으려고 구두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오른쪽 신발의 뒤축이 깨져 그 조각이 바깥으로 삐져나온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머뭇거릴 수 없어 일단은 대충 신고 출입구로 나와서 성도님들과 인사를 마친 후, 제 사무실로 가서 신발을 벗어 확인하고선 지금까지 보지 못한 광경에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세상에 이런 경우도 있나? 어떻게 신발 뒤축이 삭아서 이렇게 부서질 수 있지?’ 왼쪽 신발도 벗어서 확인해 보니, 그쪽 역시 무너져 내리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직 주일 오후 모임도 남아 있는데 어떻게 하나 싶었지만, 발목을 조심스럽게 사용하며 모든 순서를 마무리를 하고 귀가하여 신발을 벗어서 주의 깊게 살펴보았습니다. 발등을 덮고 있는 가죽 부분은 아직 쓸 만하다 싶어 수리하기로 마음먹고, 그 동안 방치해 두었던 비상용 구두를 찾았습니다. 맨 위 칸, 하얀 신발주머니에 있던 것을 꺼내어 보니 외관이 멀쩡해서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고 신발장 문을 닫았습니다.

다음 날, NC 백화점에 있는 해당 메이커 가게를 찾아가 종이 백에서 그 구두를 꺼내며 물었습니다. “사장님, 이거 수리 되겠죠?” 저의 신발 상태를 쓱 훑어 본 사장님의 눈이 휘둥글 해지며 대답했습니다. “이 모델이면 10년은 넘어 보이는데 ... 이거 비용이 많이 나오겠는데요? 수리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네요.” 버리고 새로 구입하라는 투였습니다.

눈치 없는 척 제가 말했습니다. “이 신발이 너무 편해서요. 그러니 일단 맡겨봐 주세요.” “그래요? 접수는 해 드리겠습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한 달은 걸릴 겁니다. 이렇게 가죽만 남기고 전부 교체하는 비용이 최소 7만 원은 나올 겁니다. 수리가 다 되면 문자가 갈 겁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나오는데 다른 어떤 새 신발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새벽엔 투박하지만 털 방한화를 신고, 낮에는 운동화를 신었기 때문에 아무런 불편함을 못 느꼈습니다. 드디어 수요일, 교회에 가려고 그 스페어 용 구두를 꺼내 신고 막 문을 나서려는데 아뿔싸!!! 늦겨울, 깨지는 얼음 위에 섰던 어린 시절의 그 느낌이 발바닥에서부터 온 몸으로 전해졌습니다. 구두를 벗어서 확인해 보니 부서진 뒤축 신발의 데자뷔였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육십 평생 겪어 보지 못한 일을 며칠 사이에 두 번이 겪다니! 이 번 신발은 그렇게 비싼 수리비를 지불할 만한 것이 못 되어 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목요일, 마침내 신발 수리가 다 되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다음 날 저녁 그 가게를 다시 찾았습니다. 저의 신분을 확인하신 사장님이 창고에 가서 물건을 꺼내왔습니다. 그리고 박스를 개봉한 순간, 이번엔 제 눈이 휘둥글 해졌습니다. 완전히 새 신발이 따로 없었습니다. 감사의 말씀과 함께 비용을 지불하고 나오는데 얼마나 기분이 오지던지!!

얼마 전, 제 3세계의 빈국들이 각종 옷과 신발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그 쓰레기들은 선진국들이 일차로 사용하고 난 것들을 수출한 것인데, 현지 업자들이 쓸 만한 물건들을 고르고 난 후에 버린 것들이라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생명의 터전인 이 지구가 자꾸만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의류나 신발을 너무 쉽게 버리고 있지 않는지 신앙인으로서 깊게 생각해 볼 일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