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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수필 / 손님 맞이하기

‘나그네를 환대하지 않는 집에는 천사도 찾아오지 않는다.’는 아랍 지역의 속담이 있습니다. 이는 아마도 아브라함이 자기 장막 문에 앉아 있다가 그 앞에 나타난 세 명의 나그네를 환대했는데, 알고 보니 그 일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천사를 대접하게 된 창세기 18장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속담이 아닌가 싶습니다.

순천은 지금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순천만국가정원박람회’를 보러 온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특히 주말이면 정원박람회장으로 연결된 도로가 전국에서 몰려든 차량들로 인해 도로가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정작 순천에 사는 사람들은 그렇게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개막하기 전까지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전국적으로 얼마나 홍보가 잘 되었는지 4월 초순부터 저의 지인들로부터 문의가 이어졌고, 덩달아 저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제 성격상 대충 둘러보고 가게 할 수 없어서 답사를 갔습니다. 우선 박람회장 서문 입구에서 6만 원을 주고 언제든지 입장할 수 있는 ‘전기간권’ 2매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그 날은 아내가 교회 일로 바빠서 동행하지 않아 저만 입구에서 스마트폰을 열어서 QR코드를 찍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서문에서 출발하여 꿈의 다리를 지나 동문 쪽으로 가는데 길가에 심긴 튤립과 그 밖의 원색의 꽃들이 구경꾼들의 혼에 얼을 내고 있었습니다. 부슬거리는 비 때문에 실내 정원을 둘러본 다음에 밖으로 나와 관람차 탑승을 위해 표를 끊고 줄을 서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대기 중인 사람이 저 혼자일 줄이야! 난생 처음 관람차를 혼자 타는 호사를 누렸답니다.

며칠이 지난 셋째 주일, 우리 교회 여전도회 헌신예배에서 말씀을 전하신 서울화평교회 이재옥목사님 내외분과 저녁 무렵 합류한 진주화평교회 조재은 목사님, 그리고 저희 내외 이렇게 6명이서 오천동 잔디광장을 찾았는데, 그 스케일의 크기와 강 건너 벌판을 가득 채운 화려한 꽃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은 동문으로 들어가서 발람회장 구석구석을 구경했는데, 다들 몸이 성치 않아 발걸음이 느려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월요일엔 목사님 부부 세 가정을 모셨습니다. 특히 이분들은 3년 전 필리핀 오순옥선교사님의 작은딸이 코로나19로 사경을 헤맬 때,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에어앰뷸런스를 띄우는 비용으로 각각 1천만 원 이상씩을 헌금해 주신 참으로 고마우신 분들이었습니다. 이분들 역시 전과 같은 코스로 순천만정원발람회장으로 모시며 즐거운 추억을 선물했습니다. 재밌는 것은 박람회장을 찾을 때마다 입장권을 끊을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저희 내외는 ‘전기간권’을 제시하면 그만이고 다른 분들 모두는 65세가 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 목요일에는 총회 고시부 목사님들 부부 4쌍이 오시기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 교회가 총회회관이 있는 수원과 너무 멀리 떨어진 까닭에 저는 고시부원으로서 모임 때마다 참석이 어려워 다른 목사님들께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또 더러는 우리의 에어앰뷸런스 사역에 헌금으로 동참하신 분들이기도 해서 여러 모로 신경이 쓰입니다.

바울은 로마 교회를 향하여 “성도들의 쓸 것을 공급하며 손 대접하기를 힘쓰라”(롬12:13)고 권면했습니다. 앞으로도 몇 팀이 더 다녀갈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도 부지중에 천사를 대접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지금 우리는 정원에 살고 있습니다. 자연을 통해 섬길 수 있는 것이 더 감사하고 행복하기도 한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