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할 기회들

요한복음 13:21-30

지금은 손을 잘 씻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손 씻는 것의 중요성을 잘 몰랐습니다. 그 당시 의사들은 세균이나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손이나 수술 도구를 잘 씻지 않았습니다. 의사들은 손에 묻어 있는 피나 고름을 더럽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한 세숫대야에 담긴 물에 피 묻은 손을 돌아가며 씻을 정도였습니다. 그 당시 의사들은 정원사가 손에 흙이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듯, 손에 묻은 피와 고름을 더럽다고 여기지 않았습니다.

이런 무지한 생각에 문제를 제기한 첫 번째 의사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약했던 헝가리 출신의 산부인과 의사 이그나츠 제멜바이스(1818-1865)였습니다. 그는 어떤 산모들이 분만하는 중 세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산욕열에 의해 사망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당시 의과대학생들은 산모가 죽으면 바로 부검을 했는데, 해부학 공부의 일환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시신을 부검하는 중에 다른 산모가 아이를 출산하게 되면 손을 씻지 않은 채로 바로 가서 산모를 도운 데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의대생들은 병균을 옮겨 또 다른 산모를 죽게 한 것입니다. 그때는 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세균학의 아버지, 광견병 예방약 발명)와 로베르트 코흐(결핵균, 코로나균 발견)가 세균이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이전이었습니다.

지금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그 당시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졌습니다. 이 사실을 깨달은 제멜바이스는 1874년 5월 15일부터 영안실에서 분만실로 가는 모든 의사와 의대생은 문에 놓은 염소수로 손을 씻도록 하자,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산모 사망률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제멜바이스의 주장을 그 당시 의사들은 환영하지 않고 조롱했을 뿐입니다. 결국 고향인 부다페스트로 돌아가 작은 산부인과에서 근무하다가 우울증이 심해진 그를 동료 의사들은 미쳤다고 생각하여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켰고, 슬프게도 그는 정신병동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제멜바이스의 제안대로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환자를 치료할 때 손을 아주 깨끗하게 씻고 철저히 소독하는 것이 상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병균이 몸을 병들게 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처럼, 죄는 우리의 영혼을 병들게 하여 영원한 사망에 이르게 합니다. 이렇게 우리의 삶을 불행하게 하고 영혼을 멸망에 이르게 하는 죄를 씻어내는 거룩한 작업을 해야만 하는데, 이를 가리켜 ‘회개’라고 부릅니다.

회개는 크리스천의 영적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수 작업입니다. ‘회개’는 헬라어로 ‘metanoia’ 로서 meta(~가운데, 후에)와 noia(인지하다, 깨닫다)의 합성어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참된 회개(悔改)는 지은 죄를 인해 가슴 아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치는 행동을 동반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 어느 누구도, 나아가서 예수를 믿든 안 믿든지 간에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이판돌만 제외). 중요한 것은 회개하고 돌아오는 것입니다. 가룟 유다는 요한복음에서만 회개할 기회가 세 번이나 있었지만, 그 기회를 흘려버리고 말았고 그 결과 그는 인류 역사상 가장 불행한 이름이 되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가룟 유다가 실패한 회개를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교훈을 받고자 합니다.

A. 첫 번째 기회 – 죄 지을 생각을 용납하지 말라(2절)

(요13:2) “마귀가 벌써 시몬의 아들 가룟 유다의 마음에 예수를 팔려는 생각을 넣었더라.” 마귀가 유다의 마음에 예수님을 팔려는 끔찍한 죄 지을 생각을 집어넣었습니다. 이 순간이야말로 유다가 돌이킬 첫 번째 기회였습니다.

누구도 죄에 대한 생각이 마음을 지나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생각이 마음에 둥지를 틀지 못하도록 할 수는 있습니다. 개혁자 마르틴 루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새들이 당신의 머리 위를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들이 당신의 머리에 둥지를 만들지 못하게 할 수는 있다.”

마귀는 지속적으로 우리 마음에 죄를 지을 생각을 심고자 합니다. 여기서 마귀라는 단어는 헬라어 디아볼로(diabolou)로 되어 있습니다. 이는 ‘틈새를 내다’(dia + ballow, ~ 사이를 이간하다), 곧 참소자라는 뜻입니다.

마귀는 끊임없이 우리와 주님 사이가 멀어지도록 간계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바울은 에베소 교회를 향하 (엡6:11) “마귀의 간계(methodoia, 수단들)를 능히 대적”하라고 말씀합니다. 그리고 에베소서 4장 27절에서는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말라”(and give no opportunity to the devil.)고 경고합니다.

여기에 영성 훈련 혹은 마음 훈련의 중요성이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결국 평소 우리 마음에 무슨 생각을 주입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편 기자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시119:11) “내가 주께 범죄하지 아니하려 하여 주의 말씀을 내 마음에 두었나이다.”

결국 우리의 마음은 우리 속에 들어온(input) 것이 나가는(output) 것을 결정합니다. 입력한 것이 출력될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이는 마치 우리 몸이 평소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어떤 몸이 만들어지느냐를 결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영어로 “You are what you eat”라는 말이 있습니다. 즉 ‘먹는 것이 당신이다’는 뜻입니다.

이 말을 마음에 적용하면 이렇게 됩니다. 우리 마음에 쓰레기를 주입하면 우리 마음은 쓰레기통이 되고, 우리 마음에 하나님의 말씀을 채우면 우리 마음은 하나님의 영이 거하실 지성소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은혜가 충만한 생각과 삶을 위해서는 반드시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에 두어야 합니다. 그래서 말씀을 묵상하고 암송하는 영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시119:14) “내가 모든 재물을 즐거워함 같이 주의 증거들의 도를 즐거워하였나이다.” 우리에게 갑자기 큰돈이 생겼을 때의 즐거움, 그런 즐거움 이상으로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즐거워하고 있습니까? 그래서 잠언 기자는 인생을 경영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열거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잠4:23)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유다가 예수님을 팔아버린 끔찍한 범죄의 시작은 자신의 마음 관리의 실패에서 비롯되었던 것입니다. 부디 여러분들의 마음에 하나님의 말씀을 넉넉히 공급하셔서 죄악에서 떠날 뿐 아니라, 선한 행실의 열매를 맺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B. 두 번째 기회 – 양심에 반응하라(10-11절)

유다에게 자신의 스승을 배반하고 팔아버릴 끔찍한 생각을 회개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는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는 도중에 찾아왔습니다. 시몬 베드로의 차례가 되자 베드로가 완강하게 거부하며 (요13:8a) “내 발을 절대로 씻지 못하시리이다”라고 말하자, 예수님 역시 물러서지 않고 다소 강경하게 대답하셨습니다.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요13:8b)

예수님의 발 씻어주심은 단순한 닦아주심 이상의 의미로,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죄 씻음 받은 속죄의 경험이 없는 사람은 주님과 관계가 없다는 영적인 의미를 내포한 무언극과도 같은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러자 베드로는 자신의 발뿐 아니라 손과 머리도, 그러니까 아예 목욕을 시켜달라고 요청을 드린 것입니다.

바로 그때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요13:10) “예수께서 이르시되 이미 목욕한 자는 발밖에 씻을 필요가 없느니라 온 몸이 깨끗하니라 너희가 깨끗하나 다는 아니니라 하시니” 여기서 주님은 거듭남의 씻음 곧 온몸의 씻음과 거듭난 자의 자백을 통한 부분적 씻음을 구별해서 말씀하시면서 이 구절의 끄트머리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다는 아니라”

무엇입니까? 제자들 대부분이 이미 예수를 믿고 거듭났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제자 중에는 그냥 예수님을 따라만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다니면서 종교 생활은 열심히 했지만, 거듭나지 못한 자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신 것입니다.

다음 구절에서 예수님께서 그 말씀을 하신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내셨습니다. (요13:11) “이는 자기를 팔 자가 누구인지 아심이라 그러므로 다는 깨끗하지 아니하다 하시니라.” 예수님은 유다의 죄 지을 계획을 다 아시고 그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들으면서 유다는 과연 양심의 찔림을 받지 않았을까요? 거듭나지 못한 자에게도 양심은 작동하고 있었을 테니 말입니다. 성경도 그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롬2:12, 15) “(12)무릇 율법 없이 범죄한 자는 또한 율법 없이 망하고 무릇 율법이 있고 범죄한 자는 율법으로 말미암아 심판을 받으리라 ... (15)이런 이들은 그 양심이 증거가 되어 그 생각들이 서로 혹은 고발하며 혹은 변명하여 그 마음에 새긴 율법의 행위를 나타내느니라”

인간의 양심은 가장 준엄한 하나님의 법정입니다. 예수께서 “다는 깨끗하지 아니하다”고 말씀하셨을 때, 그의 양심은 그의 내면에서 계속 이런 경고의 말을 했을 것입니다. ‘유다야, 네가 지금 예수를 팔려고 하는 그 무서운 생각을 포기해, 넌 지금 파멸의 길로 가고 있는 거야!’

어쩌면 유다의 발을 씻을 차례가 되어 그의 발을 예수님께 내어 드렸을 때, 양심의 정죄는 더 큰 소리로 들렸을 것입니다. ‘보이지 않니? 네 스승은 너를 변함없이 사랑하고 계시잖아. 그런데 이런 분을 네가 배신한다고? 어제까지도 예수의 제자임을 자랑하던 너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이때가 바로 유다의 두 번째 회개의 기회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양심의 호소를 묵살하고 말았습니다.

양심은 타락한 인간에게 남아 있는 하나님의 공의의 흔적입니다. 그러므로 양심의 소리를 무시하지 말고 귀를 기울이십시오. 죄와 연합하기 직전에 심장의 두근거림을 통해 우리의 양심에 울려 퍼지는 하나님의 경고를 애써 무시하지 마십시오. 다만 하나님의 사랑과 안타까움의 손길로 우리의 심장을 두드리며 일깨우는 양심의 소리에 돌이켜 회개하는 은혜가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C. 세 번째 기회 – 심판 날을 두려워하라(21-30절)

이번엔 유다가 돌이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있었습니다. (요13:21)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심령이 괴로워 증언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중 하나가 나를 팔리라 하시니” 여기서 예수님은 아주 분명하게 유다의 정체를 드러내고 계십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 순간에도 제자들은 이 말씀이 유다에 관한 것임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요13:22) “제자들이 서로 보며 누구에게 대하여 말씀하시는지 의심하더라.”

이어지는 24절에서 베드로가 예수님의 품에 의지하고 누워 있던 제자 요한에게 ‘네가 분명하게 들었으면 말해 보라’고 재촉합니다. 그러나 유다를 지목한 제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유다는 완벽하게 가면을 쓰고 예수의 성실한 제자로 활동하며 12제자 공동체의 회계 업무를 맡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예수께서 “네가 하는 일을 속히 하라”(27절)고 유다에게 말씀하시자 제자들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요13:29) “어떤 이들은 유다가 돈궤를 맡았으므로 명절에 우리가 쓸 물건을 사라 하시는지 혹은 가난한 자들에게 무엇을 주라 하시는 줄로 생각하더라.” 그는 완벽하게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살아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잠시 후, 이제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마지막 기회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요13:26)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가 떡 한 조각을 적셔다 주는 자가 그니라 하시고 곧 한 조각을 적셔서 가룟 시몬의 아들 유다에게 주시니” 아니 이만큼 분명하게 말씀하시는데, 왜 다른 제자들은 알아차리지 못했을까요?

그 이유는 이처럼 떡 조각을 초에 찍어 누군가에게 권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우정과 호의를 나타내는 유대의 관습 때문입니다. 룻기에서 당시의 문화적 증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룻2:14) “식사할 때에 보아스가 룻에게 이르되 이리로 와서 떡을 먹으며 네 떡 조각을 초에 찍으라 하므로 룻이 곡식 베는 자 곁에 앉으니...”

따라서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떡 한 조각을 취하여 포도 식초를 찍어서 유다에게 주신 것은 유다에 대한 예수님의 애정이나 호의의 표현 정도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유다 자신은 알고 있었습니다. 예수께서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계신 것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하는 제자가 뉘우치고 돌이키기를 바라는 주님의 마음인 것을 그도 알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룟 유다 행동은 27절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요13:27a) “조각을 받은 후 곧 사탄이 그 속에 들어간지라” 2절과 대조해 보십시오. 마귀는 처음 유다의 마음에 예수를 팔려는 생각을 넣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구절은 마귀가 생각이 아닌 유다 속으로 들어갔다고 말씀합니다. 이제 그의 영혼을 마귀가 완전하게 점령해 버린 것입니다. 그는 회개를 위한 마지막 기회를 거부한 것입니다.

이렇게 마지막 회개의 기회를 거부한 그가 맞이한 결과를 보십시오. (요13:30) “유다가 그 조각을 받고 곧 나가니 밤이러라.” 그 밤은 새벽을 맞을 수 없는 무저갱의 밤, 영원한 저주의 밤이었습니다. 마지막 회개를 거부한 배신자의 영혼을 가두는 지옥의 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영혼의 밤은 심판의 밤이었습니다.

죄가 입을 벌리고 있을 때 성경 말씀을 통해 주님의 경고를 듣습니까? 특히 하나님은 마지막으로 일어나서는 안 될 환경을 조성하셔서 말씀하십니다. 예기치 않은 사건들을 통해 경고하십니다. 그때는 위험 신호 말기라고 생각하시고 즉시 돌이키십시오. 그 길만이 살 길임을, 어둔 밤에서 밝은 아침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방법인 회개의 길로 나아가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결론

베드로와 가룟 유다의 차이는 죄의 경중의 차이가 아닙니다. 어쩌면 배신의 정도로 말하면 베드로가 더할지 모릅니다. 그는 예수님을 저주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회개하고 돌아왔습니다. 회(悔)와 개(改)가 함께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다는 예수님을 판 것에 대한 후회는 있었지만, 돌이키는 행동인 개(改)가 없었습니다. 이것이 유다의 가장 큰 비극이요 불행이었습니다.

우리 역시 죄를 지을 수 있습니다. 가룟 유다처럼 주님을 배신할 수도 있고, 교회를 배신할 수도 있습니다. 가정을 배신할 수도 있고, 스승을 배신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우리가 아직 밤이 오기 전, 회개의 기회가 열려 있을 때 돌아오라고 우리를 부르며 기다리십니다. 지금 회개하고 일어나 주님을 따르십시오. 그러면 새날이 밝아올 것입니다. 밤마다 문 열어놓고 우리를 기다리시는 주님의 품으로 회개를 통해 돌아오는 성도들을 맞아주시고 삶을 회복시켜주시는 주님의 은혜가 함께 하시기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아멘!!